청소년과 공공 와이파이
‘연결’이 권리인 디지털 세대 청소년과 공공 와이파이
오늘날 청소년은 흔히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린다.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인터넷 환경에 노출되어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제를 검색하고, 친구와 대화하며, 여가시간을 보내고, 학습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든 일상을 온라인 공간을 통해 수행한다. 실제로 국내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5%를 넘었으며, 하루 평균 3~6시간 이상을 인터넷 기반 활동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결된 상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즉 하나의 기본권으로 간주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곧 모든 청소년이 평등하게 디지털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 가정환경, 소득 수준, 학교 인프라의 차이는 디지털 격차를 불러오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 사용에 제한을 받는 청소년일수록 정보 접근의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이는 학습 격차와 사회참여 기회 축소로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 와이파이는 단순한 ‘무료 인터넷’의 개념을 넘어서, 청소년의 정보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는 사회적 인프라로서 기능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정보 접근권은 단순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양질의 정보에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교육 콘텐츠, 진로 정보, 심리 상담, 사회 이슈 등 청소년에게 필요한 수많은 정보가 온라인에 존재한다. 그런데 이 모든 정보를 ‘데이터 요금’이라는 장벽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면, 이는 곧 디지털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공공 와이파이 확대는 교육 인프라의 연장선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학교 밖 청소년과 디지털 소외의 관점에서 공공 와이파이의 역할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바로 ‘학교 밖 청소년’이다. 중도 탈락, 가정 문제, 경제적 사정 등 다양한 이유로 정규 교육과정을 벗어난 이들은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학습 환경과 인프라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 학교라는 공간이 ‘와이파이 접근권’의 중심이라면, 이들에겐 그 접근조차 차단되어 있는 셈이다. 더욱이 학원, 독서실, 카페 등도 비용 부담이 있기 때문에 결국 공공 와이파이존이 유일한 연결 창구가 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서울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조사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의 34%가 공공 와이파이를 주요 인터넷 접속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들이 자주 찾는 청소년 쉼터나 지역 복지센터에는 신호가 약하거나 보안 인증이 복잡한 와이파이 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실질적인 연결과는 거리가 먼 경우도 많다. 또한 일부 지자체의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특정 장소에만 집중되어 있어, 실질적인 이용 가능성보다 설치 수만을 강조한 형식적인 확대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청소년, 특히 소외된 청소년을 위한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실제 이용자의 이동 경로와 생활 패턴을 반영해 설계되어야 한다. 공공 도서관, 복지관, 청소년카페, 버스정류장, 지역 병원, 청소년 전용 문화시설 등 청소년의 일상 공간 중심으로 신호를 배치하고, 동시에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는 간편한 인증 시스템과 실시간 속도 점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공 와이파이가 단순한 ‘설치 목표 달성용’이 아닌, 실제 청소년을 위한 실효성 있는 공공재로 작동할 수 있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리터러시와 공공 와이파이 보안
공공 와이파이 인프라만 제공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본적인 디지털 리터러시(정보활용능력)와 보안의식이 부족한 청소년이 많기 때문에, 역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 가짜 와이파이에 접속해 개인 정보가 유출되거나, 해킹된 웹사이트를 통해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사례는 실제로 다수 보고되고 있다. 특히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게임 아이템 도난, SNS 계정 탈취, 불법 콘텐츠 노출 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 보안 교육과 실천 가이드 제공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지자체나 교육청 차원에서 공공 와이파이 접속 시 나타나는 안내 페이지에 보안 주의사항, 가짜 와이파이 판별법, VPN 사용 권장 문구 등을 자동으로 띄워주거나, 청소년 대상 온라인 사이버 보안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 나아가 모바일 보안 앱을 무료 배포하거나, 공공 와이파이 접속 기기 중 미성년자를 대상으로는 자동 보안 필터링 기능을 활성화하는 기술적 조치도 검토될 수 있다.
또한 공공 와이파이 환경을 기반으로 정보 활용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예를 들어 공공 와이파이존에서만 접속 가능한 ‘청소년 진로 탐색 플랫폼’, ‘디지털 시민 교육 콘텐츠’, ‘청소년 뉴스 브리핑’ 등은 학습과 정보 습득의 기회를 자연스럽게 확장해 준다. 이는 단순히 연결성을 넘어서, 청소년이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함께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공공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기회와 보호, 그리고 성장의 기반이 동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권리로서의 공공 와이파이와 그 방향성
공공 와이파이는 이제 단순한 편의 시설이 아니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생존에 가까운 ‘디지털 환경에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학습, 진로 탐색, 커뮤니케이션, 사회참여 등 거의 모든 활동이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지금,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인터넷 접속 환경은 곧 기회의 균형을 맞추는 열쇠가 된다. 따라서 청소년이 어디에 있든, 누구든지 차별 없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교육권과 연결된 근본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이제는 ‘기계 몇 대 설치했는가’보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와이파이를 사용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 대상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단순한 시설 설치가 아니라,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보안성과 교육성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청소년의 이동 경로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설치, 안전한 연결을 위한 기술적 보완, 이용자 중심의 콘텐츠 설계, 그리고 정보 활용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 기업, 지자체, 교육기관, 청소년 관련 단체가 함께 협력하여 청소년 중심의 공공 와이파이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인터넷 사용 환경 개선을 넘어, 청소년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사회적 투자가 될 것이다. 더 이상 인터넷은 사치가 아니라, 기회의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공공 와이파이는, 청소년 모두에게 그 기회를 보장하는 ‘디지털 평등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