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밀집 지역의 공공 와이파이 활용 가능성
공공 와이파이와 소상공인
2020년 이후 디지털 전환은 전 산업을 관통하는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소상공인에게도 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온라인 결제, 배달앱, SNS 마케팅, 고객 관리 솔루션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이 상권 내 필수 운영 요소로 작용하면서, 이에 접근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의 질과 가용성은 소상공인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공공 와이파이는 단순한 '무료 인터넷'을 넘어서, 소상공인이 디지털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는 ‘기초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전통시장, 골목 상권, 창업 밀집지 등에서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며,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소상공인 중 38.2%는 와이파이 또는 데이터 요금 부담으로 인해 온라인 마케팅이나 디지털 결제 도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는 특히 매출이 적거나 하루 방문 고객이 제한적인 소규모 점포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고객 입장에서도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상권은 체류 시간과 방문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과 연결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젊은 층, 재택근무자 등은 인터넷 접속 환경이 좋은 상권을 선호하며, 단골 유입에 있어 공공 와이파이는 중요한 서비스 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상공인 밀집 지역에서의 공공 와이파이 구축은 단순한 정보복지가 아닌,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통시장과 창업촌에서의 공공 와이파이 설치
공공 와이파이와 소상공인의 연결 가능성은 이미 여러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검증된 사례들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의 '제로페이 존 와이파이 확대 사업'이 있다. 서울시는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통인시장 등 대형 전통시장 내에 공공 와이파이 존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제로페이, QR결제, 온라인 고객 유치 등의 디지털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이 사업은 와이파이 설치와 함께 소상공인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하며, 시장 내 상인들이 단말기 활용법, SNS 홍보법 등을 익히도록 지원했다.
대구시 서문시장은 2022년부터 5G 기반 공공 와이파이 존과 전자상거래 교육 센터를 결합한 ‘스마트 상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곳에서는 와이파이 속도가 다운로드 기준 평균 70~80Mbps 이상으로, 모바일 포스(POS) 단말기, 키오스크 연동, 고객 대상 무료 인터넷 제공까지 가능한 수준이었다. 대구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1년간 시장 방문객 체류 시간 15% 증가, 카드 결제 비중 22% 증가, 시장 SNS 언급량 40% 증가라는 실질적 변화를 끌어냈다.
전주시 팔복예술공장 창업촌 역시 예비 창업자와 프리랜서, 청년 소상공인 중심의 공간에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공유오피스, 팝업스토어, 크리에이터 교육과 결합한 디지털 친화형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방문 고객들이 무료 와이파이를 통해 체험 프로그램 참여, 디지털 전단 열람, 실시간 SNS 인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확산시키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처럼 공공 와이파이가 상권의 디지털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단지 이론적 주장에 그치지 않고, 여러 현장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실현하려면 단지 장비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와이파이를 소상공인 운영 전략의 일부로 융합하는 종합적 설계가 필요하다.
소상공인 밀집 지역의 공공 와이파이 한계와 과제
물론 이러한 공공 와이파이 활용의 확산에는 여전히 여러 가지 한계와 장벽이 존재한다.
기술적 품질 문제
일부 지역에서는 공유기 사양이 낮거나 백홀 회선 속도가 느려, 와이파이 연결은 되지만 체감 속도가 낮아 고객이나 상인이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POS, 키오스크 등 단말기 연결이 잦은 업종의 경우, 네트워크 속도가 안정되지 않으면 결제 오류, 화면 지연, 고객 불만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오히려 소상공인에게 ‘마케팅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운영 책임과 유지보수 문제
공공 와이파이는 보통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설치하지만, 관리 책임이 불분명하거나 유지보수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장비 고장이나 보안 문제 발생 시 수일간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로 한 중소도시의 전통시장 상인은 “장비가 고장 나도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한 달 넘게 고장 난 채 방치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신뢰할 수 없는 네트워크 환경은 오히려 고객 신뢰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소상공인 대상 인식 부족과 교육 미비
일부 상인은 “와이파이는 손님이 알아서 쓰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 와이파이를 활용한 마케팅, 고객 관리, 온라인 판매 전략으로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이는 단순히 인프라 제공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상공인을 위한 디지털 마인드셋 확산과 지속적인 역량 강화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보안 문제
공공 와이파이는 개방형 구조이기 때문에 해킹 위험이 크고,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상존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안 인증 절차, WPA3 수준 암호화, 사업장별 개별 인증 설정 등 기술적 대응과 함께, 소상공인이 이러한 기술에 접근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보안이 불안하면 결국 고객도, 소상공인도 외면하게 된다.
소상공인 맞춤형 공공 와이파이 모델로 진화해야
앞으로 소상공인 밀집 지역에서의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단지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지역 상권 활성화 인프라’로 인식하고 설계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맞춤형 설치 전략
단순히 주요 거리나 광장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상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곳(가게 내부, 골목 상점 밀집 지역 등)에 신호 강도와 속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상가번영회, 상인회 등과 협력해 공동 접속망을 운영하거나, 인증 절차를 단순화한 상인 전용 와이파이망 구성도 가능하다.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병행된 운영
와이파이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진행하는 방법을 소상공인이 직접 익힐 수 있도록 현장 중심 교육, 멘토링, 맞춤형 컨설팅이 필요하다. 서울시, 경기도, 부산시 등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과 공공 와이파이 정책을 연계하면,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민관협력 관리체계
공공 와이파이의 설치와 운영을 통신사, 플랫폼 기업, 지자체가 공동 관리하고, 소상공인들이 실시간으로 장애를 신고하거나 이용 피드백을 제출할 수 있는 모바일 관리 앱, 자동 점검 시스템 등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공-민간-상인 3자 협력 모델'은 상권의 디지털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데이터 기반 성과 분석과 확대 정책
단지 설치 대수만 집계하는 것이 아니라, 와이파이 접속률, 체류 시간, 소비 증감 효과 등 실질적 지표를 수집하고 분석해, 효과적인 정책을 우선 확대하고 부진한 사업은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상공인 밀집 지역에서의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디지털 지역경제 생태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