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공공 와이파이의 기대와 현실
‘무료 와이파이’라는 문구는 대중교통 이용자에게는 분명한 매력 포인트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나 장거리 이동 중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시민들에게, 버스와 지하철의 공공 와이파이는 요금 절감뿐 아니라 콘텐츠 소비, 업무, 학습 등의 디지털 활동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0년대 중반부터 대중교통 공공 와이파이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으며, 2025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70%, 지하철 전 노선의 90% 이상을 공공 와이파이망으로 연결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와이파이’가 실제로 쓸 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시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필자 역시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하철과 시내버스에서 공공 와이파이를 직접 사용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그 품질과 효용성을 체험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기술적으로는 대부분 2.4GHz, 일부 5GHz 주파수를 사용하는 개방형 와이파이망이 제공되고 있으며, 사용 방식은 별도 로그인 없이 자동 연결되거나, 간단한 ‘Free_WiFi’ 선택만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실제 연결 경험은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일부 버스에서는 처음부터 와이파이 신호가 잡히지 않거나, 잡혀도 연결되지 않고, 연결되어도 데이터가 흐르지 않는 ‘속빈 와이파이’ 상태였다. 지하철에서는 승강장과 차량 내부의 신호 강도가 확연히 달랐으며, 역 구간을 통과할 때마다 접속이 끊기거나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기술적으로는 와이파이 공유기가 열차 한 량에 1대씩 설치돼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열차가 빠르게 이동하는 환경에서 안정적인 연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버스 와이파이의 실상
서울 시내버스를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의 차량에 ‘Public WiFi Secure’, ‘KT_WiFi_Bus’, ‘U+Bus_WiFi’ 등 명칭의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연결 자체는 비교적 간편하지만, 사용자 수가 많은 시간대에는 네트워크 과부하가 발생해 사실상 ‘연결만 되고 속도는 거의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된다. 필자가 출퇴근 시간대에 실제로 측정한 결과,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0.9~2.5Mbps 수준, 업로드는 0.5Mbps 미만으로, 일반적인 유튜브 480p 영상조차 버퍼링 없이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간단한 뉴스 확인이나 메시지 전송 정도는 가능하지만, 업무용 메일 열람이나 파일 다운로드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
또한 핸드오버(Handover) 시스템의 부재도 문제다. 버스는 이동 중이므로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도심을 달릴수록 각 구역별 통신망이 전환되면서 일시적으로 와이파이 연결이 끊기거나 지연된다. 사용자가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앱 다운로드나 결제를 시도하면 오류가 발생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필자는 모바일 메신저 음성통화를 진행 중 연결이 끊기거나, 카카오페이 결제 QR이 늦게 로딩되는 불편을 겪었다.
보안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대부분의 버스 와이파이는 비밀번호나 암호화가 없는 개방형 네트워크로, 기본적인 SSL 보안 외에는 별도의 안전 장치가 없다. 이는 데이터 패킷이 외부에서 가로채일 위험이 있다는 의미이며,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로그인, 결제, 이메일 확인 등에는 부적절하다. 특히 보안 전문 기관들은 공공 와이파이 환경에서의 피싱, 가짜 와이파이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시민 대부분이 보안에 무방비 상태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지하철 와이파이의 실상
지하철의 경우, 승강장과 대합실, 역사 내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신호 강도와 속도 모두 안정적인 편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9호선 등 주요 노선의 플랫폼에서 테스트해 본 결과, 5~20Mbps 수준의 속도가 확보됐으며, 유튜브 스트리밍이나 소셜 미디어 사용, 이메일 확인 등이 무리 없이 가능했다. 특히 새로 개통된 노선일수록 장비 성능이 뛰어나며, 혼잡한 시간대에도 큰 지연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차량 내부에서의 연결이다. 열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와이파이는 계속해서 기지국이나 AP 간 신호를 교체(핸드오버)하며 작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호가 끊기거나 속도가 급감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필자가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실험한 결과, 지상 구간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지하로 진입하면서 속도가 1Mbps 이하로 급감했고, 역 간 구간에서는 10초 이상 페이지가 멈추는 상황이 빈번했다. 특히 도심 외곽으로 갈수록 품질 저하가 두드러졌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서비스가 노선, 시간대, 차량마다 품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노후 차량의 경우 와이파이 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해당 차량에 AP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 어떤 차량은 SSID(와이파이 명칭)는 잡히지만 실제 연결이 되지 않는 ‘유령 와이파이’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처럼 품질과 가용성의 편차가 크고, 표준화되지 않은 점은 지하철 와이파이 이용에 있어 가장 큰 단점이다. 승객 입장에서 이런 불안정성을 고려하면, 결국 자신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 공공 와이파이의 개선이 절실하다
결론적으로 보면, 지하철과 버스에서 제공되는 공공 와이파이는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하지만, 실질적 사용성과 만족도 면에서는 개선이 시급한 수준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공공 와이파이존’이라는 표지를 보고 기대를 갖고 접속하지만, 낮은 속도, 잦은 끊김, 불안정한 연결, 낮은 보안 수준 등으로 인해 실제로는 쓸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책의 취지는 정보 접근성과 통신비 절감에 있지만, 체감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 취지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대중교통은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이동형 생활 플랫폼’이자, 디지털 소외계층이 가장 자주 머무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의 공공 와이파이 품질은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복지와 일상 연결의 문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단순히 AP를 설치하는 것을 넘어서, 이용자 트래픽을 고려한 고성능 장비 교체, 핸드오버 기술 개선, 보안 수준 강화 등을 포함한 전면적 품질 개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들이 실시간으로 각 차량의 와이파이 품질이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나 앱 서비스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버스 정류장이나 열차 내 디스플레이에 현재 와이파이 상태를 표시하거나, ‘이 차량은 와이파이 제공 불가’와 같은 안내를 제공하면 사용자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LTE·5G 기반 공유형 망 구조로 전환하거나, 민간 통신사와의 공공협약 모델을 확대해 고속·고품질 와이파이를 일상 인프라로 자리매김시킬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하철과 버스에서의 공공 와이파이는 아직 ‘가능성’에 머물러 있다. 기술적, 정책적 개선을 통해 그것이 ‘신뢰할 수 있는 일상 도구’가 된다면, 모두가 연결되는 디지털 사회의 진짜 초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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