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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정보 접근성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 삶의 질과 기회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이러한 디지털 혜택을 균등하게 누리는 것은 아니다. 특히 노년층과 저소득층은 디지털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며, 정보 접근성과 활용 능력에서 현저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 평균의 약 70% 수준에 불과했다. 저소득 가구 역시 인터넷 요금 부담, 기기 접근성 부족, 낮은 디지털 활용도 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온라인 서비스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러한 배경에서 공공 와이파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지털 연결망으로 기능할 수 있는 중요한 공공 자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무료로 접근 가능하다는 점은 특히 고정 수입이 적거나, 통신비 지출이 부담되는 계층에게 매우 유용하다. 가령, 노년층의 경우 정부 웹사이트, 의료 포털, 대중교통 앱 등을 이용하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에 의존할 수 있으며, 저소득층 학생은 온라인 학습 콘텐츠나 취업 정보 검색에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 와이파이는 단지 통신의 수단을 넘어, 정보 복지와 사회 참여의 통로로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이상적인 역할이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얼마나 많이 설치했는가’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와이파이의 물리적 배치는 중심지 위주로 편중되고,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머무는 복지관, 임대주택, 전통시장, 공공병원 등은 설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공공 와이파이가 오히려 정보격차 해소라는 원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형식적 인프라로 전락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노년층과 공공 와이파이
노년층은 공공 와이파이의 가장 잠재적인 수혜 계층이지만, 동시에 가장 배려받지 못한 계층이기도 하다. 고령자들은 스마트폰 보유율은 증가하고 있으나, 인터넷 연결 방식, 데이터 사용량 관리, 와이파이 접속 방법 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단순히 와이파이 신호가 있다고 해도, SSID 선택, 인증 절차, 보안 경고창 등은 이들에게 장애물로 작용한다. 특히 광고 기반 인증 구조는 시니어 세대에게 혼란을 주며, 잘못된 클릭으로 인한 보안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공공 와이파이가 고령층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노인복지관, 전통시장, 주민센터 등)에 충분히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2023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65세 이상 시민 중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이는 단지 설치 미흡 때문만이 아니라, 이용 방법을 몰라서 포기하거나, 접속 후 불안정한 성능 때문에 반복적인 실패 경험을 겪은 결과이기도 하다.
노년층에게 공공 와이파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는 ‘접근 설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복잡한 인증 절차 대신 자동 접속 기능을 제공하거나, 고령자 전용 와이파이 SSID를 설정해 단순화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 공공 와이파이 안내 요원 배치, 접속 도움 설명서 비치, 음성 안내 기능 제공 등 소프트웨어적 배려도 동반되어야 한다. 결국 고령층에게 와이파이는 단순한 인터넷 연결이 아니라, 디지털 사회에 연결되는 다리이며, 이 다리를 얼마나 친절하게 설계하느냐가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저소득층과 공공 와이파이
저소득층은 통신요금 자체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공공 와이파이는 실질적인 생활 필수재로 인식되곤 한다.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 무직 또는 비정규직 가구, 1인 저소득 가구 등은 유료 데이터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 와이파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생활하는 공간 주변에는 와이파이망이 충분히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공 와이파이의 가치가 낮은 실정이다.
저소득층 아동·청소년의 교육 환경에도 공공 와이파이의 질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온라인 수업, 디지털 교과서, 원격 학습 콘텐츠 등은 이제 학교 교육의 기본 요소지만, 가정 내 와이파이가 없거나 제한적일 경우, 이들은 도서관, 복지관, 카페 등의 공공 와이파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공간의 와이파이 품질이 고르지 않고, 많은 사용자가 몰릴 경우 속도 저하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결국 저소득층 청소년은 교육의 기본 도구인 인터넷 접근부터 불평등한 조건에 놓이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공공 와이파이는 저소득층에게 단순한 인터넷 연결이 아니라, 교육권·취업권·정보접근권 등 다층적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청년 1인가구 밀집지역과 고시원 밀집지대에 공공 와이파이 설치를 확대했으며, 일부 지자체는 사회복지시설과 연계해 와이파이 우선 지원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인프라 확대가 아닌, 복지정책과 통신정책의 통합적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며, 향후 전국 단위 확대가 요구된다.
사람 중심 공공 와이파이 정책의 전환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이제 양적 확장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와이파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어야 한다. 단순한 설치 수보다는 누가, 얼마나 자주,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이용자 기반 데이터 수집, 이용 실태 분석, 정책 수요조사 등이 정례화되어야 한다. 또한 와이파이 인프라를 복지, 교육, 보건, 행정 서비스와 연계하여 통합적인 정책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적인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속도 저하 없는 장비 업그레이드, 보안이 강화된 연결 방식, 사용자를 고려한 UX/UI 설계는 기본이며, 특정 계층을 위한 맞춤형 접속 환경 제공이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년층 전용 와이파이 모드, 복지시설 연계 와이파이, 복지수급 가구 대상 개인 인증 와이파이 제공 등의 방식이 있다. 이처럼 공공 와이파이를 정책 수혜 대상의 특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공공 와이파이는 단순한 디지털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등하게 연결되고, 참여하고, 성장할 수 있는 디지털 공동체의 기반 인프라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공공 와이파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공공 서비스이며,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정보 복지의 시작이다. 와이파이를 통한 연결은 곧 사람과 사회, 기회와 미래를 잇는 연결이다. 그 연결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그 본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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